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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 시험이 끝나고

오늘 헌법시간에 윤선생님께서 따끔한 말씀을 주셨다. “변호인의 마음으로 공부하라.” 결과에 치중한 수험중심의 공부방법에 대한 우려의 말이었다. 교수님들이 으레 하는 말씀 중 하나로 흘려버릴 수도 있었지만, 요즘 하던 고민과도 맞닿아 있어서 그런지 깊은 공감이 갔다. 특히 법학에 대한 호기심이랄지 열정 같은 것들이 점차 사그러들고 있는 요즘, 새롭게 마음을 다잡아야겠다고 다짐하게 하는 말이었다.

교과서를 읽을 때, 판례를 읽을 때 자꾸 수험적으로만 생각하게 된다. 이런 건 약술시험에 나올만 하지만, 저런 건 사례형으로 낼 수 없지, 제끼자. 뭐 그런 식. 내가 공부하는 것들을 나중에 실무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내가 이 사례의 변호사라면 어떻게 논리를 구성했을 지 몰입해서 공부하려는 진정성이 부족했다. 그저 기계적으로 판례와 법리를 암기하고 수월하게 현출하는 데에 급급했을 뿐. 그래서 요즘 공부가 더 지겨웠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 길에 들어선 이상, 어느 직역을 택하더라도 남의 삶을 다루는 사람이 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일단 잘 하고 볼 일이다. 내 인생 스스로 망치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나의 부족함이 타인의 삶을 망치도록 둘 수는 없다. 그렇게 보면 착실히 기본기를 닦는 지금 이 시간들이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단지 좋은 점수를 받아 성공하겠다는 욕망의 시간을 넘어.

나는 지금 깨어있나. 법률가는 판례로 세상을 본다고 하던데, 눈을 뜨고 세상을 볼 일이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