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1 수업 결산

일/법학 2015.12.16 17:55

  더 시간이 흘러 잊어버리기 전에 2015년도 수강내역을 기록해 둔다.

   1학기에는 헌법1, 형법1, 민법1(계약법), 민법2(책임법), 법조윤리, 법문서작성 등을 들었다.

   가장 재미있는 수업은 김제완 교수님의 계약법이었다. 실무가 출신 교수님이라서 그런지 연혁적 설명은 최소화하고 바로 법리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수업을 하셨다. 강의안도 마찬가지로 컴팩트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나는 좋았지만 민법을 처음 공부한다면 좀 헤맬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수업내용도 좋지만 강의 중간에 해주시는 뒷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예컨대 분단 직후 유상분배형식으로 이루어진 남한의 토지개혁이 어떻게 봉건적 지주세력을 근대 산업세력으로 재편했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법대 교수님들은 정치적 성향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라고 느꼈지만, 김제완 교수님은 법과 법조인의 역할에 대하여 상당히 진보적인 관점을 갖고 계신 것 같았다. 김규완 교수님께서도 인품이 훌륭하시고, 나름대로 좋은 설명을 많이 해주셨지만 자신의 개성은 잘 드러내지 않으려 하신다는 인상을 받았다.

   형법은 개인적으로 흥미가 생기지 않는 과목이었지만 하태훈 교수님은 몹시 존경할만한 관점과 태도를 갖고 계셨다. 다만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학점 따기가 쉽지 않았다. 헌법(통치구조론)은 형법보다는 흥미로웠지만 학부 때 정치학을 전공한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원론적인 수준의 이야기밖에 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김하열 교수님도 본받고 싶은 점이 많은 훌륭한 분이었다.

   반면 법조윤리, 법문서작성, 비아유리스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무엇보다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김남근 교수님의 설명은 간결하고 명쾌한 측면이 있었고, 비아유리스에서는 종종 아주 좋은 강연도 있었다(그러나 몹시 무의미하거나 심지어 해로운 강연도 많았다).

  여름에는 미국재판실무를 들었는데, 미국에서 형사변호사로 활동하시는 민수영 교수님이 배심원제 하에서의 변론에 대해서 강의해 주셨다. P/F과목이라 부담 없이 참여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사실 정말 좋은 강의라고 생각했다. 특히 미국 형사재판의 절차에 대해서 실무가의 손에 잡히는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2학기는 헌법2, 형법2, 민법3(물권법), 민법4(기타민법), 민소1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고려대 민법강의 구성에 다소 의문이 있다. 물적담보와 인적담보, 보전제도를 묶어서 담보법으로 강의하고, 소유권 및 용익물권과 기타 법리를 묶어서 재산법으로 강의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다만 이 경우 현행과 달리 등기제도에 대한 일관된 이해가 좀 어려울 수는 있겠다. 여하튼 돌이켜보면 현행 고려대 커리큘럼으로는 1학년 2학기가 가장 널럴한 것 같다. 상총이나 행정1정도는 더 추가해도 될 커리큘럼이라는 생각. 개인적으로도 선택법을 한 과목 정도 더 듣는 게 좋았을 것 같다.

   민법은 1학기에 이어서 김제완 교수님 강의를 수강했다. 김상중 교수님 강의도 들었는데, 매우 열정적으로 강의하시는 분이었다. 학생들에게 너무 많이 떠먹여주려는 감이 다소 있었다. 윤영미 교수님의 헌법 수업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예습이 필수적이고, 학기 후반부엔 예습을 못해서 전혀 못알아듣는 일도 많았지만, 일단 충실히 예습하고 들어가면 교수님의 설명으로 정리가 되는 느낌이 있었다. 헌법소송에 대한 교수님의 관점도 경청할 만했다. 민소의 정영환 교수님도 훌륭한 인품을 갖추신 분이었다. 선배들에게 듣던 것과는 다르게 교재나 수업도 준수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형법... 형법은 정말 잘못된 선택이었다. 이상돈 교수님의 관점은 도저히 나와 맞지 않는 것이 많았는데, 예컨대 성범죄와 관련한 교수님의 페미니즘 비판은 도무지 받아들일 것이 못됐다. 예컨대 부부강간이나 데이트 성폭력에 관한 교수님의 관점은 내 기준에서는 지극히 혐오스러웠다. 훌륭한 이론적 업적도 많고 탁월한 실력이 있는 분임에는 틀림없지만, 일단 사회를 보는 시각이 나와 대척점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다른 모든 설명도 괜히 삐딱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는 고쳐야 할 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형법은 아마도 성적도 좋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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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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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홈피 구성이 바뀌었군요. 무넌찡 잘 살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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