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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트 or Arrival


(음악은 막스 리히터의 다른 곡으로 <컨택트>와 무관하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아마도 대학교 1학년에 처음 읽었다. 당시에 그 책에 너무나도 큰 감동을 받은 나머지 취향도 잘 모르는 동기의 생일 선물로 사주며 읽을 것을 강요했던 것 같다. (아마도 지금 연극판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옥자...?) 저 소설집에 실린 모든 소설이 다 좋았지만, 특히 세 편 정도를 가장 좋아했다. 표제작이기도 한 <당신 인생의 이야기>, <바빌론의 탑>, 그리고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소고>.

 

오늘 <컨택트Arrival>을 보러 가면서, 도대체 테드 창의 소설을 어떻게 영화화할 수 있는지 몹시도 궁금했다. 외계인과 지구인의 첫 조우라는 일견 스펙터클한 표면적 서사와는 달리,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언어와 시간에 관한 알레고리이기 때문이다. 나로써는 시각화했을 때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지는 둘째치고, 시각화가 가능한지조차 의심스러웠다.

 

그런데 초장부터 내가 좋아하는 막스 리히터로 마음을 두들겨 놓더니, 미지를 향한 호기심에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가, 결국 수미쌍관의 교차편집으로 나를 울려놓고 말았다. 원작과는 다른 부분이 좀 있지만, 오히려 영화에 디테일을 부여하고 훌륭한 시각화가 가능하게 한 것 같다. 큰 기대 안하고 시간 떼우러 갔다가 깜짝 놀라서 왔다.

 

배급사가 왜 제목을 근본 없이 컨택트로 정했는지는 의아하지만(관객들이 동명의 유명한 작품을 연상하기를 기대한 것일까), 영화의 방점은 컨택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어라이벌이므로, 여러모로 잘못된 선택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arrival이기도 하지만, a new era의 arrival이기도 하므로.

 

내일 아침에 도서관으로 테드 창 소설집 빌리러 간다.

 

cf. 감독이 <블레이드 러너> 후속작도 만든다는 것 같은데, 눈여겨 봐야겠다. 참고로 드니 빌뇌브 감독은 퀘벡 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