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가요. 편한 미소를 지어주세요.


    오랜만에 꿈에서 그 사람을 만났다. 자주 같이 갔던 어느 카페였다. 그 사람은 나를 발견하고는 건너편 두 테이블쯤 앞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놀란 듯 나른한 제스쳐였다. 가까이 앉으라는 말 같기도 하고, 옆에 앉지 말라는 말 같기도 했다. 나는 망설이지도 않고 그 사람의 지시에 따랐다. 순한 양이었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다른 생각을 해볼 겨를이 없었다. 예컨대 우리의 마지막 순간이라든가, 내가 보았던 경멸의 눈 같은 그런 것.

 

    일어나서 물을 많이 마셨다. 요즘엔 잠에서 깨면 자주 목이 마르다. 무리해서 늦잠을 잔 날에는 도리어 몸이 무거워 일어나기 어렵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간만에 친구들과 옛날 이야기를 즐겁게도 떠들었다. 안그래도 이틀 연속으로 술을 마신 참이다. 전날 밤을 술과 추억팔이로 보냈으니, 그 사람이 떠오른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점점 더 예뻐지는 것 같아요. 어떻게 이렇게 간만에 봐도 아름답나요?

 

    그 사람의 입이 움직였지만 멀어서 들리지 않았다. 옆자리로 가고 싶었지만 그 사람이 허락하지 않았다. 내 말도 전해지지 않은 편이 나았다. 그 때의 나라면 큰 소리로 말했을 것이다. 아니면 무턱대고 옆자리로 옮겼을 것이다. 뭐, 누가 보면 어때. 그런 말을 하며 무릎 위로 끌어앉히던 시절이다.

 

    얼마 전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사진을 찾아보았다. 무심하게 기대어 책을 읽는 가네코 후미코의 모습이 연극적으로 멋졌다. 나는 왜 그렇게 해야 했을까. 언제나, 끝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무른 근거도 없이 우리의 시간이 다시 올 것을 은근히 기대했던 것 같다. 그 후로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나는 잃어버린 낮에 대해서 생각한다. 우리가 나른하거나 무심하게 서로 기대어 비오는 발코니를 바라보고 있었을, 어느 일요일 낮의 서늘한 거실바닥에 대해서 생각한다. 한 번도 없었지만, 언제나 돌아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 날의 오래된 기억에 대해서 생각한다.

 

    가끔 내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은 건넬 필요가 없다. 모르는 게 나을 답은 듣지 않는 지혜를 배웠다. 그래도 종종 우리가 걷던 그 길을 산책하는 상상을 한다. 우리가 좋아했던 서울의 작은 공원들. 내가 정말 산책과 공원을 좋아했던 건지, 아니면 그저 갈 곳을 몰라 시선이 없는 벤치에 기대어 앉아있고 싶었던 것 뿐인지, 이제는 더욱이 알 길이 없다. 나는 몇년 새 산책 없이는 살 수 없는 인간이 되었고, 혼자서는 좀처럼 벤치에 앉지 않는다.




WRITTEN BY
moon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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