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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황망한 마음...

성별 정정 절차를 마치고 법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여성이 된 건강한 사람이 여군으로 계속 군복무를 하는 것이 제한되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군 동료들의 불쾌감? 군사기 저하? 동료들이 존재를 불쾌해 한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면 그 누구라고 가만히 있을까.

법적 성별이 여성이 된 사람에 대하여 '고환결손' 및 '음경상실'에 따른 심신장애를 이유로 전역 처분을 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정당한지도 의문이고, 비슷한 논란이 있었던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성전환자의 군복무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는 역사적 증거도 충분했다. 분쟁에 명백한 선악은 없다지만, 변 하사님이 가려는 길이 옳다는 점은 적어도 나에게는 분명했다. 소장 접수부터 외국 사례 리서치까지 함께 본 입장에서, 충분히 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되었기에 지금의 참담한 끝이 더더욱 안타깝다.

우리 변호인단이 법리적 승패에 마음이 조급하여 본인의 심적 부담감을 헤아리지 못한 탓일까. 정부가 제출한 답변서에 마음이 다치셨던 것일까. 요즘 좀처럼 '옳은 일'이라는 확신을 갖기 어려웠기에, 우리가 잘 살피지 못하여 옳게 마무리짓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의 빚이 적지 않다. 준비하려던 반박서면을 일찍 보여드릴 수 있었다면 마음에 위안이 되셨을지도 모르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변 하사님의 도전에 이름이나마 보탤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부디 편안한 곳에서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실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