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실제로 본 적은 없다. 적어도 기억나는 범위 내에서는 말이다. 그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내가 흥미를 가진 부분은, 그의 부인 조세핀 호퍼도 유망한 미술가였고, 에드워드의 작가적 성공을 위하여 미술을 포기했으며, 그는 부인을 모델로 여러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었다. 에드워드의 그림은 정적인 태도로 현대인의 짙은 멜랑꼴리를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그 중에는 방 안에 혼자 있는 조세핀의 뒷모습을 그린 것도 여럿 있었다.
그의 그림 다수는 아마도 뉴욕에 있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미국 미술관에는 거의 가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뉴욕에 갔던 건 4년 전이다. 화창한 여름 날씨가 좋아서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보냈다. 겨울의 뉴욕은 날씨가 최악이라는데, 미술관은 다닐만 하려나. 조세핀의 그림도 몇 개가 휘트니 미술관에 있다. 아마도 에드워드에 미친 영향과 관련해서만 가끔 관심을 받을 뿐이겠지.
요켠대 포섭의 문제다. 누구는 시각적 쾌감이 좋아서 미술관에 가고, 누구는 작가를 둘러싼 뒷이야기가 좋아서 미술관에 간다. 누구는 인상주의 이후의 현대미술을 사랑하고, 또 누구는 르네상스에서 바로크까지야말로 위대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서로 취향이 하나도 맞지 않았다고 말해야 할까. 아니면 어쨌거나 둘 다 미술에 관심이 있으니 꽤 잘 맞았다고 말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