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계절>
봄이다. 봄이 왔다. 용산에 벚꽃이 만발이다. 마시는 공기 속에 얼마간의 꽃내음이 섞인 듯한 기분이다. 요즘엔 계절의 변화를 예민하게 의식하게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또 한 번의 ‘모든 계절’이 지나갔을 뿐이지만, 그 감상은 내 유년시절과는 전혀 다르다. 어린 나에게 계절이란 이를테면 감정의 뒷 배경 같은 것이었다. 나는 변화하는 계절 앞에서 기쁘거나, 외롭거나, 때때로 설레었지만, 그 것은 계절과는 상관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나는 성가시고 귀찮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에는 모든 것이 계절이다. 공기도, 소리도, 풍경도, 사람도, 모든 것이 사계를 따라 떠나가고 돌아온다. 계절을 예민하게 의식하는 것. 어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철이 든다고 표현한다. 나는 예민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