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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의 기록

다시, 첫 중간고사가 끝났다.

 

열심히 하는 것과 마음을 비우는 것은 별문제다. 머리로 이해하면서도 마음은 따르지 못한다. 나는 열심히 하지도, 마음을 비우지도 못한다. 후회하는 것과 나아지는 것 역시 별문제다. 아직은 후회를 놓지도 그렇다고 나아지지도 못한다. 日日新又日新. 내일이면 다시 월요일이다.

 

과제를 위해 <불멸의 신성가족>을 읽었다. 좋은 책이다. 법조인을 꿈꾸는 모두에게 읽혀야 한다.

 

오랜만에 봉은사에 갔다. 비 온 뒤 절에서는 축축한 향이 났다. 알지도 못하는 한자를 떠듬떠듬 읽었다. 곧 부처님 오신 날이다. 몹시도 많은 등불이 몹시도 많은 희망을 처마에 널어두고 있었다. 나도 희망 하나쯤 널어볼까 생각하다가 그만두었다. 불자도 아닌 주제에 기복만 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선재스님은 食 자제 못하면 法 자제 못한다고 썼다. 묘하게 나를 위한 말이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제멋대로의 창조적 오독을 했다. 불교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주 꿈을 꾼다. 얼마 전에는 이가 모두 깨지는 무시무시한 꿈을 꿨다. 입 안에서 바스락대는 잇조각들을 뱉지도 못한 채 우물우물댔다. 깜짝 놀라 일어나보니 이는 건강했다. 무시무시한 꿈을 꿔도 무탈하다.

 

그럭저럭 행복하다.

쌀국수가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