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Idiot

그럴 때 답답해진다. 중언부언할 때. 마음을 표현할 어휘가 부족할 때.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적절히 언어화할 수 없을 때. 내가 쓴 문장이 전혀 내 마음을 포착하지 못해 불만족스러울 때. 쓰다 지우고, 또 쓰다 지운다. 바보같다.

글을 못쓰는 이유는 책을 안읽기 때문이다. 전에는 언제나 무언가를 읽고 싶어하는 편이었다. 활자중독이라는 말도 들었다. 요즘에는 멍때리는 시간이 많다. 글이 눈에 안들어온다는 말의 의미는 재작년쯤에 처음 알았다. 바보가 되고 있다.

언젠가 친구가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하여 물었을 때, 결국 표현하려는 내용이 좋다면 글도 좋아진다고 대답했었다. 글이 산만하다면 아직 생각이 정리가 안 된거다. 글이 어렵다면 아직 쉽게 설명할 준비가 안된거다. 주장이 또렷하고 근거가 탄탄하다면, 그냥 생각을 이어서 쓰기만 해도 감탄할만한 글이 된다.

그러니 글을 못 쓰는 나는 제대로 사고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봐도 되겠다. 책을 읽지 않으니 바보가 되는 것은 당연하고, 바보가 좋은 글을 쓸 리 없다는 것도 당연하다.

어떤 말을 들었다. 별 것 아닌 말이었다. 그런데 어떤 말은 시간이 지날 수록 뾰족해진다. 그 말을 곱씹을 수록 나는 허탈하고 쓸쓸해졌다. 가볍게 던진 말 사이로 언뜻 보이던 악의. 쓸쓸한 말을 곱씹는 대신 그에 대한 내 감정을 글로 표현해보려고 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깨달은 것은, 나는 아직 그 말에 대하여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내가 바보같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글도 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