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진로를 약간 트는 선택을 했다. 나름 의외의 선택일까. 이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로컬한 업무를 하면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반도 탈출의 길은 더욱 요원하게 되었다. 모순 덩어리의 인간이다. 화려한 성공을 꿈꾸었다가, 스스로의 속물성을 경멸한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아직도 모르겠다. 이제는 핑계도 바닥나고 있다.
그럭저럭 평온한 삶이었는데, 요즘 다시 들뜨고 있다.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기뻤다가 우울했다가 한다. 집착했다가 체념했다가 한다. 꿈꾸다가 꿈깼다가 한다. 생각치도 않게 춤을 추러 가게 되었을 때엔 정말 즐거웠다. 동행이 예뻤던 것 아니냐고 한다면 반만 사실이다. 우리는 정말 각자의 춤을 열심히 추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밖에서 음악에 춤출 때 제일 들뜬다. 집에서 이렇게 글쓸 때 가장 침울하다. 하지만 글쓰는 걸 좋아한다고, 시끄러운 술집이 싫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에는 하루 종일 지난 술자리의 장면들을 반추하게 된다. 내가 했던 말, 내가 들었던 말, 나와 상관 없이 나왔던 말.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을지도 선택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