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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산 책.



먼저 산책.

 

때때로 이유 없이 시청 주변을 걷는다. 서울의 밤은 어딘가 음흉한 느낌이 있다. 오늘은 명동에서 저녁으로 회냉면을 먹었다. 여름에는 함흥냉면이, 겨울에는 평양냉면이 땡긴다. 광화문으로 올라오는 길에 하얀 칫솔도 하나 샀다. 구경할 것이 많았지만, 아무 것도 사지 않았다. 사실은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이다. 어느 일본인 노부부를 보면서, 서대문 쪽에서 에어비앤비를 하고 싶다는 뜬금없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에는 서촌을 걸었다. 수성동 계곡에 올라 정자에 누워 한참을 보냈다. 날이 무척 더웠고,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인왕산에서 바람이 솔솔 불어올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동행의 웃음소리가 나른했다. 이런 삶이라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그 때는 괜찮았다.

 

금요일에는 회나무길도 걸었다. 보석길인지, 옆리단길인지, 장진우길인지, 아무튼 부르고 싶은대로 아무렇게나 부르는 그 길 말이다. 자주 가던 칵테일바는 그새 주인이 바뀌었는지 와인바로 변신을 했다. "서울은 너무 빨리 변해요." 투덜대며 말했지만 동행은 무심했다. 와인을 몇 잔 집어먹다가 그냥 진토닉을 시켰다. 혼자노는양의 라비앙로즈가 생각났다. 으스대며 시켜대던 날이 그리웠다. 하지만 동행은 맥켈란을 온더락으로 마시는 분이었으므로, 여지를 거의 주지 않았다. 나는 쓸데없는 정보를 늘어놓다가, 알쓸신잡에 나가라는 말이나 들었다. 매우 아름답고 차분한 분이었다.

 

그리고 산 책.

 

말로만 듣던 <82년생 김지영>은 소설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한 책이었다.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최소한의 문학적 성취를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 않았을까. 취재없는 르포문학을 쓰려던 게 아니라면 말이다. 새내기 선물용이라 베스트셀러가 되었나? 그럴바엔 정희진 선생님 책을 두 권 사는 편이 낫겠다. 진영논리는 적정한 비평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권석천 선생님이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 썼다는 책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도 샀다. 권선생님 칼럼에는 몇 번 감탄한 적이 있다. 어려운 법률 용어를 쉽게 풀어서 판결문 분석을 했다는데, 어떨지 궁금하다. 법조기자를 오래 했다고는 하는데...

 

코치D의 <통증홈트>도 샀다. 이제는 이론보다는 실천을 해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