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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맨날 듣는 노래

 

사실, 얼마 전 술을 마시던 날에는 뜬금없이 많이도 울었다. 눈물이 줄줄이도 흘러서 친구 앞에서 몹시 민망했다. 오랜만에 들은 친구의 타박이 서러웠던 것은 아니다. 화가 나거나 억울했던 것은 더더욱 아니다. 네가 난폭한 표정을 짓던 날에도 나는 하나도 울지 않았는데.

 

막무가내로 믿어보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 다 늙은 응석받이를 좋아하는 이는 어디에도 없다. 경험적으로나 이성적으로나 잘 알고 있다. 너도 내가 응석받이라서 버렸나?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왜 나를 측은해하지 않느냐고 잘도 빈약한 속내를 늘어놓았다. 자빠지고 엎어지고 무르팍이 깨졌지만 애걸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나의 삶에선 언제나 진실이 패배한다. 알고 보면 나는 착합니다. 그런 얼빠진 표정을 짓다가 연행되어 가는 것이 나의 일상이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럴 리가 있나 되뇌어봐야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다.

 

이쯤 복기했으면 그만할 때도 되었지 않나 싶은데도 시도 때도 없이 그 날을 살아본다. 무릎 꿇고 매달려 볼걸. 울고불고 손발을 비비며 빌어 볼걸.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 말하는 대신, 마음이 풀린다면 멱살을 흔들고 패대기 쳐달라고 기어 볼걸. 그렇게 가버리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버스 앞에 뛰어드는 시늉이라도 해 볼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그런 것들이 아무 소용이 없었으리라는 것을. 너는 그럴 듯한 배역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줄거리에 심취해 짐짓 흉내를 내어 보았을 뿐이다. 연출이 생각보다 형편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뛰쳐나간 구실은 무엇이든 상관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고작 그런 터무니 없는 오해로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막을 길 없다. 내가 믿지 않는 나의 신이라도 나에게 그토록 가혹할 수는 없다.

 

나는 벌벌 떨지 않고 잘 할 것이다. 나는 시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오랜 가구를 버리고 신혼 같은 집을 꾸릴 것이다. 그리움에 투항하지 않을 것이다. 무정한 신 아래에서 죽지 않고 잘만 사랑할 것이다. 멋대로 숭배의 마음을 갖고 배교할 것이다. 너에게 구원받을 희망을 모두 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