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쉽게 사랑에 빠지는 나이. 작은 힌트 하나에도 들떴다가, 이내 깊이 가라앉는다. 좋은 인연을 찾기란 정말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지만, 물론 거짓말이다. 나는 두 시간만 함께 대화를 나누어도, 깊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어느 정도는 사랑하고 있는 것만 같다. 누구에게서건 매력을 찾을 수 있다. 사랑에는 애초에 매력이 필요 없는지도 모른다. 사랑에 빠진 것 같은 기분. 기분을 흉내내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어제는 ‘호기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늘은 ‘얼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언젠가는 ‘열정’이라고, 또 언젠가는 ‘경외감’이라고 말했다. 어느 쪽일까? 사실 어느 쪽도 아니다. 이상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쨌거나 종종 안기고 싶은 것이 생긴다.
올드패션드. 사제락. 러스티네일. 그런 것들을 마시면서 한껏 허세를 부린다. 다 잘 아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은 누구보다도 부끄러워한다. 그런 것들을 알아챈다면, 누구보다 빠르게 멀어질지도 모른다. 언제나 잡아주길 기대하지만, 누구도 선뜻 발을 떼지 못한다.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지는 나이. 나는 죽어서도 외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