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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10908 위선과 나약함.

위선, 이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어. 오히려 나약함, 이라고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나도 알아. 어떤 사람들에게는 내가 얼마나 희극적으로 비칠지. 하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그건 그냥 내가 못난 인간인 탓이니까. 사람 사는 것 다 비슷해. 나라고 해서 다를 리 없잖아. 욕망이 있고 두려움이 있는 나약한 인간이야.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고 그러는 거야. 심지어 때로는 잘못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마음에 눈 딱 감고 저지르기도 해. 그리고는 후회도 하고, 반성도 하고, 그래놓고선 다 잊고 또 저지르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은 사람인지, 내 한계는 어느 정도인지 의식하면서 살아가. 실은 우리 모두가 그런 것처럼. 오히려 그래서, 내가 얄팍한 인간이라서, 더욱 뭔가 숭고하고 이상적인 걸 부여잡고 싶어 했는지 몰라. 얄팍한 내 속내를 감추고 싶어서, 혹은 무언가 진지한 엄숙함으로 꽉꽉 내리누르고 싶어서. 그러다보면 나도, 너도, 이곳도 지금의 얄팍함보다는 찬란한 무언가가 될까 싶어서.

너무 야박하게 굴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네가 말한 것처럼 스스로의 도덕성을 자만한 적도 없고, 나의 독선에 진리를 부여하지도 않았어. 아마도 네 자의식일 거라고 생각해, 날 그렇게 보게 만든 건. 오히려 나는 내가 바라는 것과 내가 행동하는 것 사이의 끊임없는 괴리를 날카롭게 의식해야 했고, 그래서 언제나 내 도덕적 남루에 괴로워했어. 진리를 확신하기는커녕 지적 분열과 모순 속에서 하릴없이 진동하곤 했는걸. 무엇도 진실로 규정할 수 없게 하는 그 지적 홍수 속에서 헤매는 동안, 즐거운 표정으로 전공공부를 시작하던 네 얼굴에 느꼈던 질투를 기억해. 그 때의 내 감정들을 조금은 이해해줄 수 있겠니.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던가. 나는 차라리 나를 미워했으면 좋겠어. 내 생각을 폄하할 바에는 말이야. 실은 내가 얄팍한 사람이라서 보여줄 수 없었던 것일 뿐, 내가 향했던 시선의 끝에는 훨씬 더 찬란하게 아름다운 유산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줄 수 있겠니. 꼭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나보다 훨씬 멋지고 대단하지만, 그래서 더욱 더 눈에 띄지 않게 되어버린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해진단 말이야. 고작 나 따위의 사람이 너에게 그 모든 것들을 대표하게 되어버렸다고 한다면.

오늘은 이상하게 글을 많이 쓰게 되네.
어쩐지 그 사람 생각이 난다 했더니.

2010.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