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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리본의 시절> _ 권여선 _ 권여선 "새로 이사간 신도시에서의 가을은 그렇게 안온하고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지나갔다. 그해 가을을 회고하면서 내가 품는 의문은 이것이다. 수림도 선배가 저지른 그 많은 실수 중 하나였던가? 그리고 나도? 선배의 아내는 이 모든 사태를 훤히 알고 있었던가? 선배는 아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았던가?" "순간 툭 하고 뭔가 나를 치고 지나갔다. 아니 내가 그것을 툭 쳤는지도 모른다. 곪은 부위처럼 민감한 그것, 오래 전에 단념했다고 믿었던 그것, 그러나 어느 틈에 농익어 진물을 흘리는 그것, 입안에 다소 끈끈하고 신 침을 고이게 하고 미간을 오그라들게 하는 그것, 툭 건드려진 뒤부터 움찔 움찔 움직이며 몸을 비트는 그것. 나는 책장의 흰 가로장에 이마를 대고 울었다. 울면서, 내가 내 뒤통수를 내려찍..
2010908 위선과 나약함. 위선, 이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어. 오히려 나약함, 이라고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나도 알아. 어떤 사람들에게는 내가 얼마나 희극적으로 비칠지. 하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그건 그냥 내가 못난 인간인 탓이니까. 사람 사는 것 다 비슷해. 나라고 해서 다를 리 없잖아. 욕망이 있고 두려움이 있는 나약한 인간이야.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고 그러는 거야. 심지어 때로는 잘못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마음에 눈 딱 감고 저지르기도 해. 그리고는 후회도 하고, 반성도 하고, 그래놓고선 다 잊고 또 저지르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은 사람인지, 내 한계는 어느 정도인지 의식하면서 살아가. 실은 우리 모두가 그런 것처럼. 오히려 그래서, 내가 얄팍한 인간이라서, 더욱 뭔가 숭고하고 이상적인..
<로나의 침묵> _ 다르덴 형제 _ 다르덴 형제 아마도 을 고작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해석한다면 애석한 일일 것이다. 벨기에 시민권을 획득하기 위해 위장결혼을 하는 알바니아 여자, 로나의 이야기 속에는 계급, 성별, 민족 등 다양한 층위에서 교차하는 사회적 정체성 속에서 분투하는 삶의 모습이 드러난다. 사회의 억압적 실체를 애써 보지 않으려는 사람에게는 이 모든 정체성이 사상되어, 그저 사랑 없는 계약 결혼에서 뒤늦게 알게 된 상대방의 참된 매력이라는 진부한 전개만 남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진부한 로나의 계약결혼이 시민권과 계급, 여성의 삶과 치유라는 사회성을 경유하면서 풍성한 의미를 획득하며 깊은 울림을 준다. 시민권 획득을 위해 로나가 결혼한 상대방은 마약중독자 클로디이다. 약물남용으로 죽어버릴 것을 기대하며 택한 중독자였건만, ..
Curriculum Vitae AREAS OF INTEREST Litigation, Human Rights Law, South-North Korea Relations. EDUCATION Korea University Law School February 2018 – Juris Doctor Seoul National University February 2014 – B.A. in Western History – B.A. in Political Science & International Relations WORK EXPERIENCE Attorney at Law, Lee&Ko, Mar. 2018 - Current Translation, Very Short Introduction Series "Law", Oxford University Pres..
<달콤한 나의 도시> "오늘,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친구들은 큰 소리로 떠들고, 짧게 침묵했다. 침묵의 찰나는 깊었다. 해마다 어김없이 봄꽃은 피었다 지고, 우리는 여전히 막막하게 흔들리고 있다. 다시 십 년쯤 뒤 우리는 또 어딘가에 모여 꽃이 지는 이유를 추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우리 모두 조금, 아주 조금씩은 달라져 있겠지. 꽃이 지는 새로운 이유를 발견해 냈겠지. 그렇게 믿어보기로 한다." 그렇게, 그저 십 년쯤 뒤를 한 번 믿어보기로 한다.
Synecdoche, New York. There was supposed to be something else. You were supposed to have something. Calm. Love. Children. A child at least. Children... Meaning. "Everything OK? Eric?" "Everything is everything" He hates me. I disappointed him, and he hates me. "Everyone is disappointing, when you know someone"
다시, 무너질 것 같던 시간들이 지나고 다시, 자신감을 얻고 있다. 필사적으로 쥐어잡던 손아귀에서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민망해졌다. 어디에 가나 사는 것은 다 비슷하다. 그러나 변화를 만드는 것은 그 비슷한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있다. 실은 어디에 가느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어떤 인생을 사느냐는 단지 운에 걸려있거나 하는 것이다. 태도는 단지 불만을 억압하기 위한 헛소리에 불과하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뭐,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