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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법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법은 무엇을 지키고자 하고,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교양으로 읽는 법의 세계 이 책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펴내는 ‘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 중 하나로 법을 소개한다. 원제가 말해주듯 길지 않은 분량 안에 법의 생성부터 법이 다루는 영역, 법철학과 사법제도, 법이 직면한 현대의 과제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어느 때보다 법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때, 교양으로서 법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알맞은 ‘법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에서는 법을 고정된 실체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정치, 경제의 한복판에 두고 그 배경과 법의 관계를 역동적으로 묘사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법이 무엇인지 더욱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왜 역사마다 사회마다 법이 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홍상수, 김민희 밤의 극장에서 혼자 봤다. 홍상수 영화가 맨날 똑같지 뭐, 하는 마음으로 들어가서 또 재밌게 봤다. 홍상수 근작 중에는 가장 좋은 것 같다. 특히 김민희의 연기가 아주아주 좋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쿡쿡 찌른다. 에서도 그랬지만, 김민희는 히스테릭하게 소리지를 때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이다. 기이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다. 술냄새 진동하는 단체씬은 여느때나 다름없고, 홍상수 특유의 뜬금포 줌인 기법도 보는 맛이 쏠쏠하다. 그러나 이 영화가 특히 좋았던 이유는 드물게도 여-여 케미가 매우 훌륭하기 때문이다. 전작들 중에 이런 적이 있었던가? 그동안 여러 뮤즈가 주인공으로 나왔지만, 대부분 홍상수분신 또는 미니홍상수 또는 홍상수워너비 사이를 뱅뱅 맴돌 뿐이었다. 달리 말하면, 홍상수의 전작에서 주인공은 ..
번역 후기 『법』 - 레이먼드 웍스 지음, 이문원 옮김, 교유서가, 2017.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54644877&orderClick=LAG&Kc= 간만의 여유가 생겨서 번역 후기를 기록해 둔다. 번역은 흥미롭지만 어려운 작업이었다. 즐거운 곤란함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타인의 글을 그저 읽는 것과도, 나의 글을 그저 쓰는 것과도 달랐다. 읽는 동시에 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마치 나의 말인 것처럼 쓴다. 번역자는 어디서부터 얼만큼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도 좋은 것일까. 서로 다른 두 언어를 중개하는 일은 예상만큼 어렵지 않았지만, 의외로 역자에게 적절한 지위를 부여하는 일이 꽤 곤란했..
Idiot 그럴 때 답답해진다. 중언부언할 때. 마음을 표현할 어휘가 부족할 때.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적절히 언어화할 수 없을 때. 내가 쓴 문장이 전혀 내 마음을 포착하지 못해 불만족스러울 때. 쓰다 지우고, 또 쓰다 지운다. 바보같다. 글을 못쓰는 이유는 책을 안읽기 때문이다. 전에는 언제나 무언가를 읽고 싶어하는 편이었다. 활자중독이라는 말도 들었다. 요즘에는 멍때리는 시간이 많다. 글이 눈에 안들어온다는 말의 의미는 재작년쯤에 처음 알았다. 바보가 되고 있다. 언젠가 친구가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하여 물었을 때, 결국 표현하려는 내용이 좋다면 글도 좋아진다고 대답했었다. 글이 산만하다면 아직 생각이 정리가 안 된거다. 글이 어렵다면 아직 쉽게 설명할 준비가 안된거다. 주장이 또렷하고 근거..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by 테드 창 Ted Chiang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_테드 창 영화 를 관람한 기세를 몰아 테드 창의 중단편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를 읽었다. 안그래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간상”을 두고 친구들과 장광설을 늘어놓은 게 엊그제니, 나름대로 시의적절하고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그러나 테드 창은 갈팡질팡했던 것 같다. 쓰고 싶은 게 너무 많이 떠올라버렸는지도 모른다. 주제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주변적 이야기를 적절히 컷트할 필요가 있었겠지만, 작가는 자신이 떠올린 아이디어 스토리의 ‘아이디어’에 지나치게 몰입해버렸다. 특히 후반부에는 겉잡을 수 없이 사변적인 결론으로 치닫는다. (나는 궁예는 아니지만) 중반까지와 이후의 전개를 보면, 최종 결과물은 테드 창이 애초에 쓰고 싶었던 형태의 소설은 아니게 되어버렸을 거라고 생각한다. ..
컨택트 or Arrival (음악은 막스 리히터의 다른 곡으로 와 무관하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아마도 대학교 1학년에 처음 읽었다. 당시에 그 책에 너무나도 큰 감동을 받은 나머지 취향도 잘 모르는 동기의 생일 선물로 사주며 읽을 것을 강요했던 것 같다. (아마도 지금 연극판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옥자...?) 저 소설집에 실린 모든 소설이 다 좋았지만, 특히 세 편 정도를 가장 좋아했다. 표제작이기도 한 , , 그리고 . 오늘 을 보러 가면서, 도대체 테드 창의 소설을 어떻게 영화화할 수 있는지 몹시도 궁금했다. 외계인과 지구인의 첫 조우라는 일견 스펙터클한 표면적 서사와는 달리, 는 언어와 시간에 관한 알레고리이기 때문이다. 나로써는 시각화했을 때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지는 둘째치고, 시각화가 가능한지조차 ..
쇼코의 미소 _ 최은영 『쇼코의 미소』를 다시 읽었다. 지난 번에「쇼코의 미소」를 읽고, 오로지 선한 의도로 가득찬 주인공들에 대해서 불평했다. 다시 읽고 나니 마음이 바뀌었다. 그리고 최은영 작가님의 팬이 되기로 했다. 특별히 대단히 좋았던 작품이 있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작품이 무리하지 않는 정도로 재미있었다. 어색하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았으나, 놀라울 정도로 매력적이지도 않았다. 문체가 담담해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럼에도 『쇼코의 미소』를 읽고나면 좋은 이야기를 잘 들었다는 만족감이 든다. 일종의 작은 어쿠스틱 콘서트라고 할까. 대단한 실력파라는 느낌이 없어도 저절로 빠져드는 소극장의 아늑함이랄까. 작가와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이한 관념이다. 아무리 훌륭한 작품을 읽었더라도 작가에게 개인적인 호감을 ..
소설과 영화 몇 편 소설과 영화 몇 편 종강 후에 소설과 영화를 여럿 보았다. 2016년에 못다한 문화생활을 막판에 몰아서 하는 건지, 2017년에 못다할 문화생활을 초장에 끝내려는 건지, 여하튼 많이 보았다. 솔직히 고백해야겠다. 감성이 메마른 사람이 되고 있다. 좀처럼 울지 않고 감동받는 일이 드물다. 웃긴 걸 보면 잘 웃는걸 보면, 그냥 소시오패스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법 공부 탓으로 돌릴 마음은 없지만, 수험생의 조급함이라는 게 시야를 좁게 만드는 것 같기는 하다. 먼저 기대하던 켄 로치 감독의 신작 .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은 하지만 글쎄.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별점 몇점이냐고 묻는 친구의 말에 3.5/5.0점이라고 대답했다. 좋은 영화에 왜 그렇게 낮은 점수를 줬는지 처음에는 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와서 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