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01) 썸네일형 리스트형 <프란시스 하>를 위하여 프란시스 하 (2014) Frances Ha 8.6감독노아 바움바흐출연그레타 거윅, 아담 드라이버, 미키 섬너, 그레이스 검머, 마이클 제겐정보로맨스/멜로 | 미국 | 86 분 | 2014-07-17 글쓴이 평점 “내일이란 무엇인가? 어쩌면 그대는 아닐지도.어쩌면 또 다른 품과 새로운 관계와 언제나의 아픔일지도... ” 프란시스를 위하여_ 처음 자취를 시작한 것은 17살이 된 해 겨울이었다. 학업에 집중한다는 핑계로, 아늑한 집을 놔두고 혼자 방을 얻어 살겠다는 갑작스런 선언을 해버렸다. 흡사 고시공부를 위해 절에 들어가려는 사람과도 같은 비장한 선언이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저 마음대로 살고 싶었을 뿐이지만, 부모님은 의외로 흔쾌히 동의해주셨다. 부모님 앞에서 십여년간 진지하고 생각 깊은 아이로 위장해.. 여행자의 향기 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름이었다. 나는 당시에 몹시도 좋아했던 두 선배, 그리고 그럭저럭 가깝다고 생각하던 한 동기와 함께 홋카이도로 여행을 떠났다. 또래끼리 나선 첫 해외여행이었다. 여행의 일정 계획부터 숙소 예약까지 모두 직접 한 것도 처음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상당히 엉성한 계획이었고, 미숙한 탓에 더 싸게 갈 기회를 많이 놓쳤다.) 티벳으로 혼자 배낭여행을 다녀온 게 불과 몇 달 전이었으니, 어쨌든 나는 나름대로 능숙한 여행객의 풍모를 보이고 싶어했다. 여유가 곧 어른스러움이자 남자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돌이켜보면 꽤나 이상적인 조합이었다. 원어민에 가까운 일본어 실력자가 1명, 서브문화 덕후도 1명. 그리고 누구도 굳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 내가 여행 내내 날카.. 망상의 끝 #언젠가는 접어둔 책장 귀퉁이를 책임져야 하는 시간이 온다. 번복할 것이 많아서 장황해지고 마는 그런 나이가 온다. 아무리 오랫동안 책을 눌러두어도 접었던 빗금은 말끔해지지 않는다. 나이테처럼 조밀해지는 빗금들 사이로 무엇을 새롭게 새길 수 있나. 몇 개월만에 다시 펼쳐든 시집에 새롭게 몇 개의 귀퉁이를 접고, 너저분하게도 접혀있던 귀퉁이를 펼친다. 어려 번 읽고 또 읽은 글귀들이 낯선 이가 되어 박힌다. 이제 내가 읽은 시에는 온통 그 뿐이다. 다시는 예전에 읽은 시를 떠올릴 수 없다. 그러니 오늘은 무슨 시를 꾹꾹 눌러써야 하나. 아무리 시를 눌러써도 종이는 더러워지기만 하는데. 짐짓 쾌활하게 웃어본들 나의 귀퉁이는 전락을 일삼는데. #나는 불완전하게 태어났다. 내 팔은 원래 네 개였는데, 실수로 두.. 바람의 지문 _ 이은규 바람의 지문 _ 이은규 먼저 와 서성이던 바람이 책장을 넘긴다그사이늦게 도착한 바람이 때를 놓치고, 책은 덮인다 다시 읽혀지는 순간까지덮인 책장의 일이란바람의 지문 사이로 피어오르는 종이의 냄새를 맡는 것혹은 다음 장의 문장들을 희미하게 읽는 것 언젠가 당신에게 빌려줬던 책을 들춰보다보이지 않는 지문 위에가만히, 뺨을 대본 적이 있었다어쩌면 당신의 지문은바람이 수놓은 투명의 꽃무늬가 아닐까 생각했다 때로 어떤 지문은 기억의 나이테그 사이사이에 숨어든 바람의 뜻을 나는 알지 못하겠다어느 날 책장을 넘기던 당신의 손길과허공에 이는 바람의 습기가 만나 새겨졌을 지문 그때의 바람은 어디에 있나생의 무늬를 남기지 않은 채이제는 없는, 당신이라는 바람의 행방을 묻는다 지문에 새겨진그 바람의 뜻을 읽어낼 수 있을 때.. 새_ 심보선 새 / 심보선 우리는 사랑을 나눈다.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아주 밝거나 아주 어두운 대기에 둘러싸인 채. 우리가 사랑을 나눌 때,달빛을 받아 은회색으로 반짝이는 네 귀에 대고 나는 속삭인다.너는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는가.너는 지금 무슨 생각에 빠져 있는가. 사랑해. 나는 너에게 연달아 세 번 고백할 수도 있다.깔깔깔. 그때 웃음소리들은 낙석처럼 너의 표정으로부터 굴러떨어질 수도 있다.방금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 미풍 한 줄기.잠시 후 그것은 네 얼굴을 전혀 다른 손길로 쓰다듬을 수도 있다. 우리는 만났다. 우리는 여러 번 만났다.우리는 그보다 더 여러 번 사랑을 나눴다.지극히 평범한 감정과 초라한 욕망으로 이루어진 사랑을. 나는 안다. 우리가 새를 키웠다면,우리는 그 새를 아주 우울한 기분으로오늘 .. 201405070122 생각이 많은 밤이다. 새로 이사 온 방은 두 면이 통유리다. 방 전체가 대략 직사각형 모양이니 벽의 절반은 유리인 셈이다. 코너 끝 방이라 가능한 구조. 처음 이 방을 보러 왔을 때, 온실같다고 생각했다. 햇살이 가득히 들이치는 방안에서 광합성을 하다보면 나도 조금은 자랄까. 그런 마음으로, 조금은 부담스러운 월세에도 선뜻 계약했다. 창이 난 방향이 동북-동남인 탓에 오전에만 해가 들이치는 것 까지는 생각도 못 했다. 다행히 아침 햇살이 워낙 밝아 기쁜 마음으로 살고 있다. 침대를 창 옆에 바짝 붙였다. 10층인 데다가 주위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커텐도 활짝 걷고 산다. 침대에 누우면 창으로 바로 하늘이 보인다. 누워서 보는 것은 대체로 구름. 가끔 날이 좋은 밤에는 별도 보인다. 그렇게 누워서 아무런 .. <당통의 죽음> 가보 톰파는 의식적으로 (거의 강박적으로) 을 현재로 소환한다. 극에는 18세기 프랑스를 연상시킬만한 외적 요소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로베스 피에르가 차려입은 네이비 스트라이프 수트는 방금 프라다나 톰포드에서 뽑아온 것처럼 극도로 모던하며, 기하학적 구성과 입체성을 강조한 미니멀한 무대장치는 전위적 구성주의를 연상시킨다. 악명 높은 공안위원회는 바로크 공회당 대신 신식 컨퍼런스룸에서 열리는 식이다. 현대화와 동시에 극의 무대를 현지화하려는 노력도 보이는데, 라 마르세예즈가 나 과 중첩되곤 하는 것이다. 이는 작품을 현실에 대한 은유로 이해하도록 강제한다. 연출가는 이야기를 18세기 프랑스에서 벌어진 예외적 상황으로 박제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로베스피에르의 기자회견은 다소 과하다고.. <블루 드레스>, <탐욕의 제국> “6개월 혹은 1~2년 후에 그때의 고문 가해자들이 법정에 서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자행한 고문행위에 대해 전부 부정했다. 판사들은 고문 피해자들을 증인으로 법정에 불러세웠지만 그들의 혈류라든지 부러진 뼈, 데인 피부는 보려 하지 않고 오직 그들이 긴장해서 말을 더듬고 떠는 모습에만 주목했다. 그리고 보안경찰들이 확신에 찬 어조로 자신들이 판사와 그 가족들을 테러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반론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주장을 수용했다. 그토록 엄혹한 시절에도 판사들 가운데는 법관으로서의 독립성을 지키고 사법적 양심을 보여준 명예로운 판사들도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알비 삭스, p. 40면접순서를 기다리면서 를 읽었다.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에 맞.. 이전 1 ··· 7 8 9 10 11 12 13 다음